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시바타 신은 1930생으로 일본의 유명한 고서점 거리인 진보처 거리에서 <이와나미 북센터>를 사십여 년 간 운영해왔다. 그 사이 진보초 거리에 있는 신간 서점들이 중심이 되어 매해 10월 개최하는 ‘진보초 북 페스티벌’을 꾸리고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바타 신과의 만남을 즐기는 저자가 문득, 만남을 녹음하기 시작했고 인터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대화들을 책으로 엮었다. “매출이나 경영 방식 같은 눈에 보이는 것을 초월해 ‘서점의 정도正道’라 칭할 법한 숭고한 정신으로 살아온 사람인가 하면 그 또한 전혀 아니다. 시바타 신은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기쁘게 달려 나간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만한 특별한 이야기는 없다’고 말하는 겸손은 찾아볼 수 없고 경박할 만큼이나 남의 눈에 띄기 좋아한다. 앞서 이미 언급했듯, 그가 좋아하는 건 다른 사람의 뒷얘기나 시시한 소문이다. 반면 누군가의 잠언이나 재치 있는 말을 들으면 무척이나 감동하는, 더 없이 서민적인 사람이 바로 시바타 신이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삶. 그런 사람의 일대기를 도대체 누가 읽는단 말인가. 모순 같지만 언젠가 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보고 싶었다. 시바타 신은 자신이 보통의 삶을 살아왔다는 것, 평범하다는 것에 자신을 가지고 있다. 하잘것없는 잡담처럼 들리는 그의 말에 사실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p.13) 팔십이 넘어 책이 가득한 공간을 일터로 삼고, 또 책들로 가득한 서점, 으로 가득한 거리를 이 사람 저 사람 아는 체 해가며 걷고, 그러다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는 삶을 떠올리자니 부럽기 그지없다. 이와나미 북센터에 오기 전에 이미 호린도 서점이라는 곳에서 1965년부터 책과 연을 맺기 시작하였으니 오십 여 년을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온 것이다. 생각해보면 물릴 만도 한데, 책 속의 그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 내 나이쯤 되면 뭐가 옳은지, 뭐가 정답인지는 전혀 재미가 없어. 형태를 정해두지 않은 채 직감으로 밀고 가는 쪽이 더 재밌지...” (p.54) “.... 세상에는 극소수의 성공담만이 흘러넘치지만 그게 다는 아니지.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매일 아침 일어나면 그날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오늘은 오전에 아무개와 만나고 3시부터는 인터뷰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 오늘도 즐겁겠다, 이런 것들. 오늘 하루를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날은 거의 없어. 일본의 앞날을 한탄하거나 출판계의 미래를 근심하거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 생각하는 척은 하지. 하지만 곧바로 저녁밥을 생각하니까.” (p.56) 그가 거쳐 온 서점이라는 것이,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서점이라는 것이 꽤 큰 규모이어서 즐거운 일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름 호황의 시절이 포함되어 있어 나쁘지 않았겠지만 그만큼 골치 아픈 일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책과 함께 이것저것 부수적인 판매 상품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고, 이러한 상황은 또 상황대로 치열함을 부추길 텐데 시바타 신은 자주 유유자적이다. “시바타 씨의 책 <좋은 가게 번창하다>를 보면 ‘공존하는 개별성’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본문 중의 문장이 아니라, ‘진보초는 고서점을 비롯해 각종 가게가 각자의 개성을 지내고 있으며, 서로 보완하며 커다란 책의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라는 이야기의 소제목으로 등장하죠. 시바타 씨의 생각은 사람, 가게, 거리 그 모든 단위 속에 스며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존하는 개별성’이라는 이 말에 드러나 있다고 생각하죠...” (p.193) 인터뷰라는 것도 아주 본격적인 것은 아니고, 저자가 자주 지적하는 바대로 시덥잖은 이야기들이 잔뜩이다. 하지만 어느 한 곳에 공력을 쏟은 시간이 오십 년을 넘겼다면 그 이야기들 안에서 적잖이 추출되는 엑기스라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딱히 서점이라는 직종에 그리고 책이라는 상품에 국한하여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실 오래전 시바타 신이 쓴 책에 등장하는 개념이긴 하지만) ‘공존하는 개별성’이라는 개념이 내겐 그랬다. “... 우선은 내 눈 앞에 있는 책의 산을 무너뜨리는 게 매일 아침 서점이 해야 할 절대적인 일이지. 그걸 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아. 그러니 그걸 다 풀어헤쳐 무거운 책을 안고 매장을 동분서주해야 하지. 최선을 다해 궁리하고 책을 진열하지만 그렇다고 팔린다는 보장은 없어. 팔린다고 해도 큰 이익이 남지도 않지. 어떤 작업을 해도 크게 칭찬받지도 못하고 성과도 조금밖에 없어. 하지만 이것이 일상이지. 서점 일이라는 게 대체로 그런거야...” (p.140) 그래도 우리보다는 나을 거다, 라고 여기게 되지만 일본의 출판 상황이나 유통 사정도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짐작된다. 극단적이지만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과 관련한 일화 하나를 덧붙이자면, 그들은 책을 고장 난 아이패드 쯤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책이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 상품과는 차이를 지닌다고 여기는 이들도 많다. 어떻게 되어갈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 (전설의 책방지기)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 / 남해의봄날 / 255쪽 / 2016 (2016)
진보초 책 거리를 지켜온 백 년 서점의 명물 시바타 신!85세에도 출근을 멈추지 않는 일본 서점 업계 스승에게 듣는 책과 사람, 그리고 서점 인생 50년의 생생한 이야기일본의 유서 깊은 책 거리 진보초에 위치한 백 년 역사의 인문 서점 ‘이와나미 북센터’. 그곳에는 85세의 나이에도 매일같이 서점으로 출근하는 진보초의 명물 ‘시바타 신’이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진보초 북 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하고, 진보초 2세 경영인들을 독려하며 책방과 책 거리의 내일을 꿈꾼다. 이 책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인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의 출발점이 된 진보초의 작은 책방이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진보초 대표 인문 서점으로 성장하기까지 한결같이 서점 현장을 지키며 책을 팔아온 한 사람의 50년 서점 인생이 담겨 있다. 일본 서점 업계의 존경 받는 스승으로 불리면서도 항상 보통의 삶, 보통의 책방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시바타 신의 파란만장 인생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 출판과 서점의 전성기부터 현재의 모습은 물론, 서점의 미래를 고민하며 세계 제일의 책거리 진보초를 지켜내려는 작은 소상인들의 치열한 노력과 애정을 함께 엿볼 수 있다. 〈서점은 죽지 않는다〉 저자의 3년간 밀착 취재,한국 독자들을 위한 저자 인터뷰 수록까지!서점이란 무엇인가, 책을 판다는 것은 무엇인가. 출판강국 일본, 세계 최고의 책 거리 진보초에서 인문 서점을 50년간 경영하며 지내온 시바타 신의 이야기는 경영자에게는 사람, 관계에 대한 지혜를, 출판 서점인에게는 50년 서점 운영의 생생한 노하우를, 이 시대의 젊은 독자들에게는 일의 본질과 철학, 그리고 인생의 지혜를 들려준다. 시바타 신이 말하는 일본 서점 업계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오랫동안 그와 교류해 온 일본 출판 서점 전문 저널리스트 이시바시 다케후미가 3년간 밀착 취재해 글로 옮겼다. 책의 말미에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한국과 일본 서점 업계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는 저자의 특별 인터뷰를 12페이지에 걸쳐 실었다.
들어가며_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유명한 노인
1장 서점이라는 현장에서
시바타 신의 생애 1_ 유년~ 학생 시절
2장 진보초에서 살다
시바타 신의 생애 2_ 중학교 교사~ 트럭 운전사 시절
3장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
시바타 신의 생애 3_ 호린도 시절
4장 보통의 서점 경영
시바타 신의 생애 4_ 이와나미 북센터 시절
5장 흘러가고 있는 지금을 살다
나가며_ 마지막 수업의 시작
한국 독자들을 위한 저자 인터뷰_ 이시바시 다케후미를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