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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가 실재인가 시온이 실재인가
p.107 매트릭스 가설은 회의적 가설이다.…내가 살고 있는 세계가 일종의 매트릭스라는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참일 수 있다.
매트릭스 가설의 논리적 회의는 시온의 세계에도 적용된다. 매트릭스에서 깨어났으나, 과연 시온의 세계 역시 매트릭스의 인간이 꾸는 꿈의 세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가 일찍이 갈파했듯이 우리가 인지하는 물리적 대상은 오직 감각 기관을 통해 야기된 ‘현상’일 뿐이다. 그것을 통해 과연 물리적 실체가 확실함을 확고히 할 수 있단 말인가?
p.183 열려 있는 삶의 의미를 캐내어 확보하기 위해 죽도록 힘을 다해 삶의 토양을 일구었는데, 나중에 그 결과를 보니 자신이 죽어 들어갈 무덤 구멍을 애써 일군 것이었더라는 카뮈적인 부조리를 거부할 힘이 도대체 인간에게 있기나 한 것인가.
우리는 진실을 알고자 한다. 그러나 과연 진실인 줄 알았던 ‘진실’이정녕 진실임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p.187 그것들이 환영이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환영과는 다른 차원의 현실적인 지각 세계가 기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감각의 층이 현존하려면 반드시 뇌를 포함한 구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몸이 있어야 한다.
몸이라는 원초적인 판단 준거에 따르면 영화 속 매트릭스와 시온의 세계는 “실제의 내가 살아 있는 구체적인 내 몸의 구도를 거기에 끊임없이 투사하”는구분되지 않는실재다. 요컨대 매트릭스와 시온의 세계 중 유일한 실재, 혹은 더 나은 실재란 없다는 것이다.
선택과 운명
p.27 인식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선택, 그것이 우리 삶의 대부분의 상황이며 또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적인 화두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네오가 내리는 선택들은 대상이 실재인지 혹은 그 대상이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는 근본적인 불확실성 위에서 이루어진다. 이정우의 말처럼 그 선택은 또한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삶이기도 하다. 여기서 매트릭스를 덮는 시온의 세계로부터 파생된 의문은 이것이다. 이 모든 것이 진정으로 이미 결정된 설계자에 따른 것이며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모두 그 설계도에 따른 운명은 아닐까? 요컨대 매트릭스가 설계자에 따른 것이라면 시온 역시 또 다른 설계자에 따른 가상 세계이지 않을까?
p.30 완벽한 결정론으로부터의 일탈, 그것은 존재론적 분기를 통해 나타난다. 베르그송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듯이 결정론의 세계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다. 그곳에는 선택도 역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매트릭스와 시온 중 어느 것이 실재인지 판별하기 불가능하다면 결국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이 매트릭스 내에서의 삶이 아님을 반증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결정론으로부터의 일탈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p.35 기계는 법칙성에 따라 움직이고, 인간은 희망에 따라 움직인다. 인간에게 미래는 늘 열린 무엇이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과연 원본 스미스인가 사본 스미스인가? 우리의 원본은 이데아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가? 나라는 실체는 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현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현 존재를 초극할 때 그 실체가 나타난다. 그것은 어쩌면 애초 존재했던 이데아의 세계가 아니라 창조된 것이다. 접혀져 있던 것의 펼쳐짐. 그것이 실체라고 한다면실체는 실천적 존재이며 만들어진 존재이다.
p.193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매트릭스>는 영화일 따름이라는 인식을 끌어들여서라도 주어진 삶을 내제적인 차원 내에서 견결하게 버티는 일이다. 선험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의미의 원천을 끌어들이고 싶은 유혹에 끝끝내 넘어가지 않고, 무의미를 바탕으로 의미를 창출해내는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일이다.
무의미로부터 의미를 창출해내는 것, 그것이 이미 결정된 세계에 틈을 가하는 것이리라. 그런 사람에게 매트릭스의 세계는 가당치 않다. 왜냐하면 그는 ‘잉여 에너지’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p.217 자본주의 사회에서 잉여 가치의 존재가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라면, 잉여 에너지 역시 매트릭스의 세계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지젝의 주장처럼 인간의 욕망을 가능하게 하는 잉여 쾌락이 곧 잉여가치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듯이, 잉여 에너지 역시 삶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으로부터 잉여 에너지를 착취하기 위해서 매트릭스의 세계를 만들었다는 발상 자체가 이 영화의 모순인 것이다.
이 책은 이정우, 조광제를 필두로 국내 소장 철학자들이 를 텍스트로 하여 쓴 철학교양서이다. 저자들은 현상학, 논리학, 인식론, 미학, 정신분석학, 동양철학 등 자신의 전공 분야를 통해 다채롭고 진지하게 영화를 읽어내고 있다. 매트릭스 1, 2편과 1.5편(애니매트릭스)까지 언급하고 있다.
책머리에
1부 매트릭스와 철학
매트릭스와 운명의 문제/이정우
가상현실에서 디지털 존재 유형인 스미스 요원/심혜련
혼돈渾沌의 꿈 : 매트릭스와 도道/김시천
2부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이 과연 실재인가?
매트릭스에 나타나는 존재론적 문제와 인식론적 문제/이영의
진실이 두려워 눈을 감다/김범인
3부 매트릭스에 반대한다
반-매트릭스에서 반-매트릭스로/조광제
매트릭스에 나타난 매트릭스의 허구성/박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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