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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연] 착한아이 사탕이 강밀아 글 / 최덕규 그림 지난 토요일, 아들과 함께 동네 도서관에 들렸다가 <착한아이 사탕이>를 보게 되었다. 나는 사람 사이에만 인연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바로 이 <착한아이 사탕이>가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신기하게도 며칠 전 이웃님 블로그에서서평을 봤던 책인데, 그 분도 이 책을 찾아서 읽으려고 본게 아니라 우연히 발견했다고 적어 놓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최근에 출시된 책도 아니고, 2012년 문화관광체육부 우수교양도서, 2012년 소년한국우수어린이도서,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으로 선정되었다는 표지만 봐도 몇 년전에 출간된 도서임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좋은 도서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건 사실 안타깝기도 하다. 표지를 보면희노애락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천진난만한또래 아이들과 달리사탕이는 무미건조한 미소를 짓고 두 손을 다소곳이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서 있다. 그리고 뒤쪽에 비치는 다소 삐딱한 포즈의 그림자는 착한아이로 불리는 사탕이의 내면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어서 그 내용이 어떨지 다소 궁금해지게 한다. 까놓고 말하자면, 이 책은 5살 아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 책이다. 어쩌면 앙투앙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볼 때마다 그 느낌이 달라지는, 그래서 5살 아들과 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그런 마법의 그림책일 수도 있다. 겉표지의 내지부터 이어지는 사탕이의 내력.. 착하고, 엄마 속을 썩인 적이 없고, 동생도 잘 돌보고,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도 고운.. 한마디로 모든 엄마들의 선망의 대상인 엄친딸로 표현되고 있다! 나의 어린시절은 사탕이처럼예쁘다는 말은 없었지만, 공부하라는 말 없어도 혼자서 척척 공부해서 서울대를 가고, 심장병과 당뇨로 툭하면 입원하는 엄마를 대신해서 청소,빨래같은 집안일부터 동생 도시락까지 챙겨서 효행상도 받았었다. 그리고 3살 어린 동생에게 공부도 가르치고 동생과 싸운 적도 거의 없고, 부모님 말씀 거역하지 않는... 그냥 주변 엄마들에겐 엄친딸 이야기 들으면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나는 행복했을까? 사탕이의 무미건조한 얼굴처럼 나도 스마일걸이니, 항상 밝고 명랑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말 기쁘고 행복해서 웃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춘기를 호되게 앓던 중학생 시절 일기 속에는 항상 죽고 싶다. 재미가 없다. 이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당시에는 1999년 지구 멸망론이 간간히 대두되던 시절.--;;)는 내용의 글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나는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빠져 스스로를 착한아이로 살아야 한다고 희노애락 중 기쁨만 표시해야 한다고 내 감정을 숨죽여 살았었다. 사탕이는 동생이 장난을 쳐도, 치과 진료를 받아도, 친구가 괴롭혀도, 심지어 무서운 개를 만나도 울지 않는 착한아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모든 감정을 꾹꾹 억누르는 그런 스타일이다. 오직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만이 사탕이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는데... 남들 눈에는 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상황인데, 나는 도서관에서 흘러 나오려는 눈물을 참느라 정말 혼이 났다. 내 어린 시절 모습이 자꾸 오버랩되면서 나도 저랬는데.. 이 말만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빙판 길에서 넘어져서 발목 뼈가 부러졌는데, 부모님이 싸우실까 걱정되서 하나도 안 아프다고 우기다가 다음날 아침에 응급실에 가서 기브스를 한 적도 있었다. 의사선생님이 정말 참을성이 대단하다고 보통 아이 같았으면 아프다고 난리가 났을텐데 어쩜 아프다는 티도 안 내고 하루가 지난 후에 왔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사탕이는 잠자리에서마음이랑 행동이 다른 사탕이를 탓하는 자신의 그림자로 인해 그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착한아이도 희노애락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도 된다고 다독이는 그림자 덕분에 사탕이는 착한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아이가 된다. 나도 역시 대학교 1학년 때 나 홀로떠난 인도&네팔 45일 배낭여행을 통해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 이후로 착한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20여년을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지낸터라, 지금도 나는 남이 부탁하는 제안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남이 보기에 화가 날 일도 꾹꾹 참고 있다가 어느날 화산 폭발하듯 한번에 터뜨리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을 가학적으로 대하는 일은 많이 줄어 들었고, 내가 착한아이로 살지 않더라도 희노애락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도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나지 않을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자기 감정에 솔직해진 사탕이의 환한 웃음, 그리고 그 뒤에 진짜 웃고 있는 그림자를 보면서,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사탕이의 순수함을 얼마나 파괴시켰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덮으면서 나 역시 아들에게 "우리 아들 착하지~~ 착한 아이는 이렇게 하는거야!"라거나 "화가 난다고 소리 지르거나 친구 때리는건 나쁜 아이야. 엄마는 나쁜 아이를 아들로 둔 적 없는데.." 하면서 자꾸 착한아이 콤플렉스를 심어주는건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되었다. 5살 아들이라면 당연히 아이다운 순수함과 희노애락을 솔직하게 표현하는게 당연한데, 나는 아들이 성숙한 어른이라도 된 듯, 착한 아이, 나쁜 아이 기준으로 꾸짖고, 타이르고, 협박하면서 보낸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이자, 앞으로 내가 5살 아들을 키우면서 정신을 차리게 만든 그림책이기도 하다. 본인이 어린 시절 착한아이 콤플렉스가 있다고 믿어지는 부모라면, 또는 내 아이에게(주로 첫째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강요하는 부모라고 생각된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참 모습에 대해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를 주는 그림책입니다. 섬뜩할 정도로 착한 사탕이가 참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익살스러우면서도 통쾌하게 그려지고 있어요. ‘착한 아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사탕이가 동생을 한 대 패 줘도 돼? 라고 묻는 장면에서는 가히 빵 터지기도 하고요. 회화적인 표현과 만화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림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쉬우면서도 깊숙하게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