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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 춘향전
춘향전 <높은 바위, 바람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춘향전>의 작가에게 먼저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청록색 표지에 분홍 파랑 춘향이와 이몽룡의 모습이눈길을 확 끌어 책장을 열었지만, 나? 춘향전 내용 다 아는데? 의 교만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니……. 무지에서 나왔던독자의 교만함은첫 장을 다 넘기기도 전에 꼬리를 내리고, 작가를 향한 호기심과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이 책을 쓴 고영 작가는 대학 시절 한문과 중세 한국어 자료를 두루 읽고 공부했으며 판소리 대본과 판소리계 소설, 희곡 및 오페라 대본에 푹 빠져 지냈다고 한다. 한문 고전과 역사 자료 편집일도 하는 틈틈 한국 한문학 작품 및 중세 한국어작품을 번역도 하고 자료를 수집정리하기도 하는 대단한 지적 모험가이다. 작가는, 춘향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으면서 아는 체하는 나 같은 독자를 천리안으로 보았는지 콕콕 와 닿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다. "아무리 판본이 많다 해도, <춘향전>의 뼈대는 춘향과 몽룡이 갖가지 시련 속에서도 사랑을 지키고, 끝내 부부의 연을 맺는다. 입니다. 세상에, 이렇게 싱거운 얘기가 어디 있어요!…(중략)…. 줄거리만 대충 전해 듣고서는<춘향전>의 매력을 발견할 길이 없습니다. (9쪽)"라고. * 자, 이쯤 해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춘향전>의 고영 식 읽기를 그 핵심에 둔다. 우리 고전문학을 향한 애정에 박학다식함까지 갖춘 고영 작가가 춘향전 의 속살을 어찌나 속속 잘 발라서 맛있게 버무려독자의 상 위에 올려놓았는지, 왜 여태 <춘향전>의 재미를 몰랐을까? 하는 부끄러움이 절로 들 지경이니까. 밀양과 쌍용차 등 투쟁의 자리에서 저항의 육성을 화폭에 옮겨온 이윤엽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 역시 <춘향전> 읽는 재미에 톡톡 쏘는 맛까지 더해준다. 어린이 교양 잡지에 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을 연재 중이라는 그는, 특유의 목판화로 고전 <춘향전>을 간결하고도 매혹적으로 시각화해주었다. "(전략) 정말 어리고 예쁜 여자도 귀밑에 서리 내려 봐라. 그 땐 따를 남자가 없는 거야."라며 춘향을 회유하는 동갑내기 기생 난향이나, "못생긴 박금이도 양반 수청 들고는 제 몸은 호의호식하고 제 어미까지 팔자 좋더라."며 딸의 수청을 종용하는 월매까지, 고영 작가 덕분에 <춘향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다채로움과 입체감이 도드라진다. 작가는 단순하게 월매는 천박한 생활형 인간 식으로매도 하는 것이 아니라,조선 시대에 천한 신분의 여성이 겪을 고생에 대한 공포가 클 수밖에 없는 월매의 생존전략을 당대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조망한다. 방자 역시 춘향더러 "차갑고 교만한 품이 궁궐에 턱을 건 듯"하다고 평하고,춘향이 얼굴에 대놓고 "절름발이 양방"이라며묘하게 비꼰다. 신분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 무려 30페이지나 이르는 긴 작가의 말이 끝나면, 본격 <춘향가>가 펼쳐진다. 예사롭지 않은 태몽으로 태어나 빼어난 외모와 도도함을 뽐내는 춘향이를 한참 놀고 싶고 연애하고 싶은 호르몬이 솟구칠 이몽룡은 오작교에서 처음 본다. 선녀같이 아리따운 자태의 춘향이를 먼발치서 보고, 상사병을 앓던몽룡은 드디어 춘향의 집을 찾는다. 첨 만난 날,대뜸 우리 좋은 인연을 맺자 고 달려드는 몽룡의 젊은 혈기, 똘똘한 춘향이는 불망기 를 써달라며 요즘 말로 사랑의 보증수표 를 받아 둔다. 막상 이몽룡이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올라간다며 춘향이를 떠나겠다 하니, 소맷자락도 찢어 버리고 비녀도 집어 던지며 화를내다가도 잽싸게 상황파악을 하고는 기다리겠노라 고 한다. 이래서 춘향이가 여느 신데렐라 스토리 의 아가씨나 공주님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당차고 주체적이며, 고집이 있다. 예쁘기까지 하고! 고영 작가가 소개해준, 명창 이화중선(1898-1943)의 <사랑가> 음원. https://www.youtube.com/watch?v=bwRKTI-x21c 고영 작가가 추천하는, 명창 송만갑(1865-1939)의 <십장가> 음원 https://www.youtube.com/watch?v=_ck6nR6t7r0 <춘향가>를 읽는 중간중간, 고영 작가가 추천한 판소리 춘향가를 듣는데, 마음에 진동이 몰려 오고 눈물이 난다. 21세기야, 인권이니 인간 존엄이니 페미니즘이니 하는 말들을 입에 쉽게 담겠지만, <춘향가>의 배경이던 19세기 조선에서 한 여인이 무자비한 권력에 어찌 저렇게 당차고 올곧게 저항할 수 있을까? 뒤틀리고 탐욕스런 지배층에 저렇게 서리 내릴 일침을 가할 수 있을까? 게다가 20대 초반의 나이인데. 고영 작가가 소개하는 <춘향전>는 열녀 로맨스 가 아닌 자유와 인권을 향한 한 개인의 투쟁 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하여, 읽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다. 줄거리가 전개되는 챕터 사이 사이, 해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역사 상식과 문학적 설명이 더해져서 공부도 제대로 된다. 알게 되어 뿌듯하다. <춘향전>, 그래서 더 많은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이 좋은 책을 권하고 싶다.
판소리의 해학을 살려 인문학적 시선으로
다시 풀어 보는 해피엔딩 로맨스의 고전
로맨틱코미디의 유머, 비극의 비장미, 저항문학의 기상……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담쏙 안고 있는 춘향전 은 총천연색 연애소설이다. 높은 바위 바람 분들 푸른 나무 눈이 온들 은 춘향전 본래의 매력을 되살려 고어와 고사를 맵시 있는 오늘의 한국어로 번역한 우리 시대의 독본이자, 이야기 속 역사·정치·문화 면면을 살핀 청소년을 위한 고전 인문 교양서이다.
소설 본문은 수많은 춘향전 판본 중 가장 인기 높았던 열녀춘향수절가 를 기본으로 삼되 판소리 사설을 참고해 인물의 개성과 극적 장면 묘사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해설과 부록에서는 춘향이 몽룡에게 써 주기를 부탁했던 ‘불망기’, 조선 후기 제도와 행정 사이의 괴리, 기생의 삶, 과거 제도, 암행어사라는 직책의 허와 실 등을 경국대전 조선왕조실록 소수록 같은 옛 문헌 자료를 통해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삶에 진실했던 열여섯 춘향의 모습을 되살려 내고 있다.
차례 | 여는 글 4
【 오늘의 한국어로 다듬은 춘향전 】
5월의 꿈 39
〈이야기 너머〉 이야기의 고향, 남원 45
누구라도 놀기 좋은 계절 55
〈이야기 너머〉 책방 도련님 ‘이몽룡’의 탄생 62
직녀의 외출 71
〈이야기 너머〉 사랑하려거든 광한루로 오세요 80
속이 타는 도련님 89
〈이야기 너머〉 관아 풍경 엿보기 97
보름밤의 연인 105
〈이야기 너머〉 불망기에 비춰 본 춘향의 세상 113
사랑이야 121
〈이야기 너머〉 조선의 애창곡이 된 열여섯 살의 사랑 노래 124
울음이 둑 터지듯 129
〈이야기 너머〉 수령이 해야 할 일곱 가지 일 142
마음을 지키는 데 위아래가 있는가 147
〈이야기 너머〉 기생의 초상 159
매 열 대에 부쳐 167
〈이야기 너머〉 연출가의 고뇌 176
눈콩알 귀콩알 있으면 누구나 알지 183
〈이야기 너머〉 과거장에서 암행어사의 길까지 208
암행어사 출두야! 219
〈이야기 너머〉 춘향은 누구인가? ‘기생이다’와 ‘아니다’의 문턱에서 231
추천의 글 _ 시공을 초월하여 사랑받는 로맨스의 힘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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